내가 이교도 교주인데 정이 많아서 탈이다 - 컬트 오브 더 램
사이비 이단 종교를 만들어 귀여운 동물 신도들과 함께 다른 신들을 때려잡는 로그라이크 +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컬트 오브 더 램. 일명 "양 게임"이다. 주인공 이름이 어린 양이라서 그런지 아무튼 그렇다.
귀여운 그림체와 아트 스타일, 그리고 은근 잔인한 이교도 규율들, 나름 괜찮은 전투 등 생각보다 재밌게 즐긴 게임이다.
신도들을 악신에게 산 제물로 바친다거나 하는 비인도적인 플레이가 있는가 하면 최대한 인도적으로 신도들을 보살피는 플레이 역시 있어 유저들이 선택적으로 플레이 스타일을 정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최대한 신도들을 죽이지 않는 방향으로 플레이했는데, 이런 내 플레이를 본 친구가 "이거 완전 보육원 아니냐"라고 한게 생각난다.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대체 어떤 이교도 교주가 신도들 화장실 청소도 하고 직접 요리까지 해준단 말인가. 이래서 정 붙는게 무섭다. 정 드니까 고혈만 쏙 빼먹는 플레이가 안 된다.
다른 플레이들 보니까 비인도적인 플레이가 효율 하나는 엄청 좋다고 한다. 뭐지 이거 현실 고증인가
마지막에 유저는 그대로 자신이 섬기던 신에게 죽을 지, 또는 반란을 통해 스스로가 신을 대체할 지를 고를 수 있다.
아 당연히 반란이지ㅋㅋㅋ 일루와 뚝배기 깨버릴랑게
사실 본인이 섬기던 신을 죽이는 것은 게임 시작할 때부터 예측한 결과였다. 핵심은 그 다음이었다.
신적 존재에서 미물로 격하된 걸 살해할 지, 또는 신도로서 받아들일 지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도적인 플레일 해왔던 나의 특성상, 신도로 받아들이는걸 택했다. 어찌 보면 이쪽이 좀 더 비참한 것 같긴 하다. 자신을 섬기던 종교에 스스로가 신도가 되어버린다니.
그래도 역시 최종 보스라 그런지 스펙은 특별했다. 신도들은 어떤 짓을 해도 결국은 노년기에 접어들어 죽게 되는데, 이 녀석은 노화로 인한 사망은 걱정이 없었다. 절대 죽지 않는 노예를 하나 얻은 셈이었다.
엔딩 이후 플레이에 대해 의욕이 좀 가라앉긴 했지만, 아무튼 최근 굉장히 재밌게 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