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 어드벤쳐 - BABBDI
여느 때처럼 재밌는 게임들을 찾아 정보의 바다를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을 때, 눈길을 사로잡은 게임이 하나 있었다. BABBDI라는 생소한 제목의 게임이다. 삭막한 BABBI라는 이름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어드벤쳐 게임인데, 독특한 감성이 돋보이는 게임이다.
게임을 실행하고 나서 NPC를 처음 만났을 때, 공포게임 Lost in Vivo가 떠올랐다. 어딘가 뭉개지고 불쾌한 인상의 모습. 이상한 모습의 캐릭터이지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쁘거나 귀여운, "정상적인" 캐릭터가 나왔다면 전체적인 게임 분위기와 맞지 않았을 것이다.
게임의 배경은 뿌옇고 삭막한, 생명력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마을이다. 사방은 온통 회색 콘크리트로 둘러 쌓여있고, 적막함이 감돌아 왠지 가만히 있어도 우울감이 든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위 사진처럼 이상한 모습이어도 왜인지 납득이 간다.
게임에서 주어진 목표는 "기차 티켓으로 BABBDI를 탈출하라"이다. 목표가 주어지긴 하지만 따로 퀘스트 마커가 표시되거나 하진 않는다. 기차 티켓은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BABBDI를 왜 탈출해야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티켓을 얻고 마을을 탈출할 수 있게 된다.
다른 게임이라면 "왜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주지 않지?"라던가 "게임이 너무 불친절해!"라던가 불만을 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 게임은 그런 걸 알려주지 않기에, 내 마음대로 편하게 마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배경이 되는 마을 BABBDI는 어디를 보아도 삭막하고 칙칙한 곳이다. 아마 이런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나는 "호"인 입장이다. 내가 이 공간에 대해 "호"일 수 있던 이유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환상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접해보지 않은 공간이기에 그 공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호기심과 탐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곳이 텅 빈 콘크리트 건물들일지라도.
나는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기억에 남는 꿈같은 게임"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아무리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일도 꿈 속이라면 무엇이든 말이 되고 이상하지 않으니까. 이 게임은 그런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공간을 잘 나타냈고, 거기에 딸려 오는 이상한 느낌을 유저 나름대로 즐길 수 있게 해 놓았다.
독특한 감성의 게임이다. 매니악하고 기괴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겐 꽤 즐거운 경험이 되어줄 수 있는 게임이다.